[신앙에세이] 씨앗교회에 온:이유
저에게는 거의 10년 가까이 믿고 머리를 맡기는 단골 미용실이 있습니다. 'ON:EU(온이유)'라는 예쁜 이름을 가진 곳인데, 이름만큼이나 마음씨가 곱고 아름다운 은영 원장님이 계신 곳입니다. 언제나처럼 미용 중 이런저런 수다가 오가다가, 우연히 미용 봉사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교회 어르신들을 위한 미용 봉사를 부탁드렸을 때, 원장님은 흔쾌히, 그리고 참 맑은 미소로 고개를 끄덕여 주셨습니다. 그리고 봉사 당일, 감사하게도 든든한 직원분과 함께 두 손 무겁게 씨앗교회 소그룹실을 찾아와 주셨습니다. 소그룹실은 금세 작은 미용실로 변신했습니다. 기대에 웃음꽃을 피우시며 교회를 찾아주신 어르신들, 사이좋게 손님이 된 엄마와 아들. 소박한 공간에 사람들의 온기가 가득 채워졌습니다. 물론 처음 해보는 행사라 작고 귀여운 실수도 있었습니다. 하필이면 볕이 꽤나 뜨거웠던 날, 에어컨을 빵빵하게 튼다고 틀었는데도 땀이 뻘뻘 흘렀습니다. 좁은 공간에 문을 닫을 수 없어서 날이 매우 더워서 그런가 보다 생각했는데, 잠시 후 확인해 보니 온도만 낮추고 모드를 에어컨이 아닌 히터로 둔 거였습니다. 머쓱해하며 상황을 설명해 드리니, 방 안에는 한바탕 시원한 웃음꽃이 터졌습니다. 잠시 땀을 쏙 빼게 해 드려 죄송했지만, 덕분에 어색했던 공기가 금세 훈훈하게 녹아내렸습니다. 이날 가장 제 마음을 울렸던 건, 한 할아버님의 환한 미소였습니다. 의자에 앉아 묵묵히 가위질 소리를 들으시던 할아버님은, 단정하게 정리된 거울 속 당신의 모습을 보며 무척이나 기뻐하셨습니다. "내 평생 살면서 이렇게 정성 들여서 머리를 잘라준 미용은 처음이네요." 할아버님의 그 한마디에 원장님의 가위질하던 손끝에도, 지켜보던 제 마음에도 뭉클한 감동이 번졌습니다. 사실 할아버님께서 더욱 기뻐하셨던 이유가 하나 더 있었습니다. 곁에서 평생을 함께해 온 아내분이 거동이 불편하셔서 미용실에 가기 어려우셨는데, 감사하게도 원장님과 직원분께서 직접 댁으로 방문해 할머니의 머리까지 곱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