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칼럼] 두 갈래 길 앞에서
최근에 아내와 함께 집 근처에 있는 아리산을 오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아내도 저도 운동이 필요한 시점이라, 등산이라기보다는 산보하기 좋은 낮은 산을 찾아 걸었습니다. 함께 걸으며 산이 내어주는 맑은 공기를 깊이 들이마시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생각도 몸도 한결 가벼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산길을 걷다 보니 경사가 급한 지점이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그곳에 두 갈래 길이 놓여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한쪽은 짧지만 경사가 가파른 길이었고, 다른 한쪽은 조금 더 길지만 완만하게 둘러 가는 길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이 원하는 길을 골라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어떤 이는 가파르지만 빠른 길을, 또 어떤 이는 완만하지만 돌아가는 길을 택하면서 말입니다. 우리의 삶도 이런 선택 앞에 놓일 때가 많은 것 같습니다. 지나온 제 인생을 돌아보니, 젊음이 한창 왕성하던 때에는 빠르고 가파른 길을 택해 숨 가쁘게 달렸던 것 같습니다. 그때는 그것이 정말 좋은 길이라 여기며 그 길을 골랐던 것이지요. 그런데 인생의 중반을 넘어서고 보니, 조금은 돌아가는 길도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주변을 살피며, 생각하면서 내딛는 걸음도 참 좋다는 마음이 듭니다. 신앙의 길도 이와 같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우리는 종종 빠르게 자라고, 빠르게 응답받고, 빠르게 무언가를 이루고 싶어 합니다. 가파른 길이라도 빠르기만 하면 좋은 길이라 여기기 쉽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때로 우리를 완만한 길로, 조금 돌아가는 길로 이끄십니다. 그 길 위에서 우리는 곁에 계신 주님을 더 깊이 바라보게 되고, 함께 걷는 지체들을 살피게 되며, 그동안 지나쳐 온 은혜들을 천천히 곱씹게 됩니다. 씨앗이 땅에 떨어져 열매를 맺기까지에도 시간이 필요합니다. 빠르게 솟아오른 씨앗이 늘 튼튼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더디게, 그러나 깊이 뿌리를 내린 씨앗이 마침내 풍성한 열매를 맺습니다. 우리의 신앙도 그렇습니다. 빠른 길이 늘 좋은 길은 아니며, 돌아가는 길이 결코 뒤처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