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 칼럼] 같은 교회, 다른 계절

교회 안에는 인생의 사계절이 동시에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같은 예배당에 앉아 있지만, 각자의 삶은 서로 다른 계절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인생의 봄을 살아가는 성도들이 있습니다. 육아와 양육으로 하루가 분주하고 잠은 부족하지만, 아이의 웃음 하나에 다시 힘을 얻는 계절입니다. 아직 서툴고 여유는 없지만, 작은 생명을 품에 안고 내일을 키워 가는 시간입니다. 눈에 보이는 열매는 많지 않아도, 가장 깊은 뿌리를 내리고 있는 시기일지도 모릅니다.

인생의 여름을 지나는 이들도 있습니다. 반항과 질문의 시간을 지나는 청소년들, 그리고 미래를 준비하며 방향을 고민하는 싱글들입니다. 덥고 고되지만 잎은 가장 푸르고, 무엇이든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꿈과 에너지가 가득한 계절입니다.

인생의 가을에 들어선 지체들도 있습니다. 아이들은 다 자랐고, 마음에 품었던 작은 꿈들도 어느 정도는 이루었습니다. 동시에 삶의 쓸쓸함과 덧없음을 알아가며, 이전보다 더 진지하게 하나님을 찾게 됩니다. 한여름 밤의 꿈을 좇는 자녀들을 바라보며 마음이 아프기도 하지만, 그 모든 감정 너머에는 깊은 고마움과 감사가 함께 있습니다.

그리고 인생의 겨울을 지나고 계신 성도님들도 계십니다. 잎은 떨어지고 바람은 차갑지만, 지나온 날들을 돌아보며 삶을 잘 마무리해야 할 시간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목회는 하루에도 여러 계절을 오가는 일인 것 같습니다. 성도들의 삶 자리가 이렇게나 다양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기도합니다. 각자의 계절을 지나고 있는 성도들을 위해 이름을 부르며 기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목회를 하며 인생을 배웁니다. 인생의 끝자락에 가까워질수록 돈과 안정, 성공의 자랑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하나님과 대화할 공간이 있는지, 영적인 우정을 나눌 사람이 있는지, 그리고 그것을 누릴 작은 건강이 남아 있는지 말입니다.

교회는 같은 계절의 사람들이 모인 곳이 아니라, 서로 다른 계절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함께 하나님을 바라보는 공동체인 것 같습니다. 오늘도 씨앗처럼 조용히, 각자의 계절 속에서 일하시는 하나님을 믿으며 함께 걸어가고 싶습니다.


정철용 목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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