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 칼럼] 쌀과 귤 사이에 담긴 마음

저의 처가는 제주도입니다. 제주라는 이름만으로도 마음이 먼저 열리는 곳입니다. 쉽게 갈 수 없기에, 갈 때마다 그 섬의 빛과 바람과 풍경을 더 깊이 품게 됩니다. 가야만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 오히려 제주를 더 특별하게 만들어 줍니다.

그러나 그 특별함 뒤에는 늘 아쉬움이 남습니다. 자주 갈 수 없기에 그곳에 살고 있는 형제들을 만나는 시간은 늘 부족합니다.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함께한 시간은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사는 곳이 멀어질수록 마음도 어느새 기억 속으로만 남게 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 저에게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다리기만 하지 말고, 내가 먼저 마음을 표현해야 하지 않을까."

그들에게 내가 여전히 생각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나 역시 그들을 기억하고 있다는 것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추석의 이천 쌀’이었습니다. 이천 하면 쌀이 떠오르듯, 제 마음을 담아 형제들에게 쌀을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말보다 크지 않은 선물이었지만, "당신을 생각하고 있습니다"라는 마음을 담기에는 충분했습니다.

그런데 그 작은 시작은 다른 기쁨으로 다가왔습니다. 어느새 집에는 귤이 풍년이 들었습니다. 제주에 있는 형제들이 정성껏 귤을 보내 주기 시작한 것입니다. 우리가 교회를 섬기고 있다는 것을 알기에, 교회 식구들과 함께 나눌 수 있도록 넉넉하게 보내 주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참 신기한 일입니다.

제주에도 이천 쌀은 있고, 이천에도 제주 귤은 있습니다. 그러나 내가 사서 먹는 쌀과, 누군가가 기억하며 보내 준 쌀은 다릅니다. 내가 골라 먹는 귤과, 마음을 담아 건네준 귤은 그 맛이 다릅니다.

나를 잊지 않기 위해 시작했던 쌀 보내기는, 이제 사랑의 귤로 돌아와 제 마음을 기쁘고 풍성하게 채워 줍니다. 작은 관심 하나가, 작은 사랑 하나가, 누군가의 마음을 만지고 또 다른 사랑으로 자라나는 것을 보게 됩니다.

오늘, 여러분의 마음에 떠오르는 얼굴이 있습니까? 한동안 연락하지 못했던 사람, 안부가 궁금했던 형제, 혹은 그냥 이유 없이 생각난 이름 하나.

그 생각이 스쳐 지나가도록 두지 말고, 작은 행동으로 옮겨 보십시오. 메시지 한 줄, 전화 한 통이면 충분합니다. 그 작은 시작이 누군가의 마음을 살리고 또 다른 사랑을 만들어 낼 것입니다.

사랑은 거창할 필요가 없습니다. 기억해 주는 마음의 표현 하나면, 이미 충분히 깊고 따뜻합니다.


정철용 목사 드림

댓글

  1. 요즘 생각났던 친구에게 연락해봤어요….기도가 필요한 상황을 알게되었네요. 하나님께서 저에게 제 주변 사람을 위해 기도히시기를 원하시는게 맞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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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참 따순 마음 저두 따라해야겠어요. 행복해지는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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