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 칼럼] 실패의 자리에서도 하나님은 계셨습니다


2025년 한 해를 돌아보며, 이 시간은 제게 결코 쉽지 않은 시간이었습니다. 열심히 달려왔다고 생각했지만 돌아보니 이룬 것이 없는 것처럼 느껴졌고, 그 마음은 깊은 낙심과 탈진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래서 저는 잠시 모든 것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내려놓음의 시간은 처음에는 아프고 낯설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것 같았고,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도 들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그 시간을 통해 제게 다른 길로 말씀하고 계셨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무언가를 증명하려 애쓰던 자리에서 내려와 하나님 앞에 있는 그대로의 저 자신을 정직하게 드릴 수 있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다른 것을 바라볼 수 없는 상황이 오히려 주님만을 바라보게 하는 자리였습니다. 

제가 바닥이라고 느꼈던 그 자리는 사실 하나님을 가장 가까이 마주하게 된 자리였습니다. 상황이 곧바로 바뀐 것은 아니었지만, 다시 일어날 힘이 제 안에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그 힘은 제 의지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여전히 저와 함께하신다는 확신에서 비롯된 힘이었습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마음이 무거운 성도님들도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열심히 걸어왔지만 남은 것이 없다고 느껴질 때, 기도했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기억해야 할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느끼는 그 자리에서도 하나님은 여전히 우리와 함께 계신다는 사실입니다.

올해 제 삶을 통해 배운 것이 있다면 이것입니다. 실패보다 더 두려운 것은 넘어짐이 아니라, 하나님을 보지 못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하나님을 바라보게 될 때, 그곳에서부터 소망은 조용히 다시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이 글을 읽는 모든 성도님의 삶 자리에도 주님의 함께하심이 분명히 있음을 믿습니다. 지금 어떤 시간을 지나고 있든지, 하나님께서 그 자리에서 여전히 일하고 계심을 신뢰하며 다시 소망을 품을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실패의 자리에서도 하나님은 계셨습니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우리는 다시 걸어갈 수 있습니다.


정철용 목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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